[클래식 공연 후기] 부천필의 ‘로마’ 연주회, 여름밤의 감동 선물
무더운 여름밤, 부천필하모닉의 정기연주회가 마치 시원한 샘물처럼 다가왔습니다. 페뤼숑 상임지휘자의 새로운 리더십 아래 탄생한 이번 ‘ROMA’ 연주회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는데요. 공연장을 나서며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호른의 마법, 글리에르 협주곡의 매력
공연은 비제의 <모음곡 로마> 중 제4곡 ‘카니발’로 시작되었습니다. 축제 같은 생기발랄한 분위기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죠. 하지만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라도반 블라트코비치의 호른 연주였습니다. 글리에르의 <호른 협주곡>에서 그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음색을 자유자재로 변화시켰어요. 힘찬 울림부터 은은한 서정까지, 호른이라는 악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카덴차 부분에서는 최저음이 튜바처럼, 고음은 약음기를 낀 트럼펫처럼 들릴 정도로 다채로운 소리를 선사했죠. 앙코르에서는 크로아티아의 민속 리듬이 담긴 곡을 부천필의 호른 주자들과 함께 연주하며 무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호른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레스피기의 로마,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음악 여행
2부에서는 레스피기의 로마 삼부작 중 <로마의 분수>와 <로마의 소나무>가 연주되었습니다.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변화하는 분수의 모습,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의 소나무를 표현한 이 작품들은 마치 음악으로 그려진 수채화 같았죠.
특히 <로마의 소나무>의 마지막 곡에서는 2층 발코니에서 울려 퍼지는 트럼펫 소리와 합창석의 바그너 튜바, 오르간이 하나가 되어 장엄한 클라이맥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순간 공연장은 환호로 가득 찼고, 마치 여름밤의 불꽃놀이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어요. 부천필하모닉의 다채로운 음색과 페뤼숑 지휘자의 해석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부천필하모닉
페뤼숑 상임지휘자가 부천필하모닉을 맡은 이후, 공연의 질과 프로그램 구성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ROMA’ 연주회 역시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잘 잡은 프로그램이었죠.
특히 지휘자가 단원들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무대 위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전문성이 빛나는 공연이었어요. 앙코르로 준비한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은 한국어로 소개하는 친근함까지 더해져 관객들과의 교감을 더욱 깊게 했습니다.

공연장을 나서며
이번 부천필하모닉 정기연주회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 체험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음악으로 선사된 청량감과 감동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호른의 아름다운 울림, 레스피기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 지휘자와 단원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특별한 밤.
클래식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부천필하모닉의 다음 공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지휘자 아래서 점점 더 성장하는 모습이 기대되는 오케스트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다음 정기연주회에서는 또 어떤 음악적 선물을 준비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